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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기록

[단편] 러브, 데스 + 로봇: 행운의 13 (21.05.24) 분석 과제

21년 5월에 제출한 과제입니다!

장면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행운의 13’은 미래의 전투 부대를 배경으로 전투기 13호의 이름과 그에 얽힌 루머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미래 SF 애니메이션이다. 전투기가 주요로 나오는 만큼 전투기 보관소와 비행+총격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이 부분들을 어떤 방법으로 잘 살렸는지 분석해보는 게 재밌었다.

 

채도/색조

첫 번째 공간적, 사회적 배경은 군대이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의 옷, 전투기와 보관소의 색을 모두 채도와 명도가 낮은 회색으로 설정하여 현실적이고 차갑고 진지한 느낌을 줌으로써 분위기를 잡아준다. 이렇게 잡힌 분위기는 13호에 탄 사람은 모두 죽어서 돌아온다는 루머가 더 무겁고 진실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런 부정적 상황에서 도 13호를 믿는 주인공 콜비 커터를 더 극적인 인물로 부각시킨다.

두 번째 공간적 배경은 비행전투가 벌어지는 장소인 암석지대이다. 황량하고 암울한, 정없는 느낌을 주기 위해 암석지대 역시 진회색을 띄고 있으며, 하늘 또한 채도 낮은 노란색의 구름들로 표현되어있다. 대신 탄환, 레이저의 색을 명,채도 높은 빨강, 파랑, 노랑으로 하여 관객들이 전투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주인공의 옷에도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채도가 낮지만) 붉은 색 장식을 넣어주었다.

채도 낮은 노란색의 배경
채도높은 파랑색, 붉은색의 광선들
같은 전투복이지만, 잭 리와 다른 군인들과는 다르게 콜비 커터의 전투복은 붉은색이 포인트로 들어가 있다.

전체적으로 채도 낮은 진회색, 황토색을 중심으로 한 유사색이 배경을 이루고 있고, 포인트 컬러로 네온 그린, 원색계열의 빨강, 파랑 노랑으로 이루어진 한정적인 컬러 스크립트를 가지고 있다. 이 점이 영상 전체가 통일성 있게 느껴지게 한다.

 

주인공은 처음으로 홀로 13호를 믿게되는 인물로, 후반으로 갈수록 13호와 마치 친구가 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과 기계인 둘의 관계가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며 시리즈 제목인 Love, Death 그리고 + Robot과 잘 어울려진다. 이 유대감을 표현하기 위해, 초록색 전투기 조종석 화면을 전투기의 눈 역할로 설정하였다. 초록색 화면에서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보여지는 전투 부대와 주인공의 모습이 13호가 주인공을 지켜보는 느낌을 들게 하여, 둘 사이에 유대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잘 표현하였다. 이 부분이 이야기가 영상으로 잘 전달 될 수 있도록 하나의 받침이 되었다.

초록색의 전투기 내부 CCTV 혹은 블랙박스. 주인공을 바라보고 있는 전투기 13호의 시점(P.O.V)이다.

그리고 전투기 내에서 군인들이 내리기 전, 비상등이 붉은색으로 깜빡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이라면 모두 무의식적으로 알듯이 빨강색은 위험을 나타내는 색이다. 곧 전투기에서 내리는 군인들에게 위기가 기다리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초록색은 전투기 13호가 군인들을 위기에서 지켜낼 것임을 뜻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전투 직전, 초록 빛의 전투기 내부에서 빛나는 붉은 빛

 

움직임

작품 내에서는 공중에서 전투기들이 여러 방향으로 날아다니고, 기둥을 헤쳐 나가는 등 어지러운 장면들이 많은데, 이때 길게 쏘아지는 레이저의 방향이나 비행기가 날아가는 방향에 맞춰 카메라를 움직여 관객의 시선을 유도하였다.

5분경부터 전투기 두 대가 수많은 돌기둥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격추씬이 나오는데, 세로로 길게 뻗어있는 돌기둥들과 가로로 긴 전투기가 수직적인 모습을 이루어 장면을 에너지 있게 보여주는데, 이걸 또 카메라를 사선으로 뉘어 시각적 강도를 또 한 번 증가시킨다.

시선의 방향
수직, 사선이 만드는 시각적 강도

 

리듬

435초경에 13호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계속 수평으로 날던 전투기가 공격에 의해 절벽에서 수직으로 떨어지게 되며 시각적인 변화를 준다. 그리고 이 변화에 어울리게 사운드도 의도적으로 한정적으로 설정하였다. 이전까지는 적이 쏘는 레이저 소리나 땅이 파괴되는 등의 시끄러운 소리가 났었는데, 13호가 떨어짐과 함께 그 소리들이 사라지고, 잠깐동안 앰비언스만 들리게 하여 청각적 대비를 주었다. 그 후에, 13호에 탄약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 상대 전투기를 공격해야하는 상황에서도 13호와 상대 전투기가 스쳐지나가는 순간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면서, 사운드도 재생 속도가 늘어진 것처럼 의도하여 표현하였다. 이처럼 시각적, 청각적인 변화를 주어 이야기 전달의 강약 조절을 하고, 사람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게 함을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