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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기록

<영화기록> 블랙스완의 사운드 (2020.04.20)

20년 4월에 영화 <블랙 스완 Black Swan>의 사운드에 관하여 제출한 과제입니다! 

 

 

<블랙 스완>의 주인공은 발레극 ‘백조의 호수’에서 완벽한 공주 ‘오데트(백조+흑조)’가 되기를 갈망하는 발레 무용수 ‘니나’이다. 그리고 <블랙 스완>은 ‘니나’의 수석무용수를 향한 갈망, 그렇게 차지한 수석무용수라는 위치를 뺏길 것 같은 불안, 어머니와 단장의 보이지 않는 압박 등에 스스로 만들어 낸 환각 속에 고통스러워하다 결국 스스로를 해치며 그녀가 바랬던 ‘완벽한’ 오데트가 된다는 내용이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작품의 분위기는 굉장히 불안정하고 무섭고 숨 막힌다. 이 분위기가 카메라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것 같은 시각적인 연출에서도 보이지만, 소리의 연출에서도 그 점을 느낄 수 있다.

 

일정한 박자의 동일 소리를 들려주어 관객이 긴장과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바로 다음에 반복적인 흐름을 깨주어 극적인 효과를 내는 완전함의 법칙이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니나’의 집에서 조용히 있는 상태에서 일정하게 피아노음 소리가 들려오는 장면이나, 갑자기 연습실의 불이 꺼지며 주변의 소리도 사라져 적막이 감도는(물론 앰비언스는 존재) 상황에서 들려오는 일정한 박자의 구두 굽 소리는 관객의 심장을 졸이게 하고 몰입을 높여준다.

 

또한, <블랙 스완>에서 소리로 주인공의 집착을 볼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먼저, 같은 소리를 여러 상황에서 들려주어 주인공의 집착이 잘 드러나게 해준다. 영화에서 ‘니나‘는 연습실에서만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듣는 게 아니라 핸드폰 벨소리도 백조의 호수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했다. 수시로 ‘니나’의 어머니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강제로 백조의 호수를 여러 번 듣게 되는 모습이 ‘니나’를 향한 어머니의 집착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니나’와 그녀의 어머니 모두 백조의 호수에 얼마나 집착하는 지도 강조시켜준다.

또, 엔딩에는 화면이 하얗게 되며 엔딩 크레딧이 나오는 데도 몇 분 동안이나 관객들의 환호가 들린다. 주인공이 피를 흘리고 있는 입장으로선 전혀 축하할 일이 아닌데 말이다. 이는 스스로를 해치면서까지 얻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주인공과 관객의 희비가 대비되는 형태와, 얼마나 ‘니나’가 완벽함을 원했는지도 동시에 나타내었다.

 

더불어, 현실에서 잘 듣지 못할 소리를 들려주어 영화를 흥미롭게 한 것 같다.

처음에 보이지 않는 날개가 퍼덕이는 소리가 나올 때, ‘왜 이런 소리가 나지?’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제일 처음에 나왔던 날개 소리가 그대로 다시 나오면서 궁금증이 해소되고 ‘이게 이런 스토리였다는 걸 알려줬던 거구나’하는 내용 이해에 대한 상쾌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 같은 소리가 나는 상황이었어도 처음에는 날고 싶어도 날개가 돋지 않았는데, 결말에 가서 날개가 돋치며 붕붕거리는 날개 소리가 들리는 게 ‘니나’가 결국 해냈다는 걸 강조해서 나타내주기도 한 것 같다. 비슷하게, ‘니나’가 주변 무용수들이 자기에 대해 험담한다고 착각할 때 무용수들의 입은 벙긋하지 않았는데도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장면도 있었다.

또한 평소라면 놓쳐서 잘 듣지 못할 작은 소리들을 크게 들려주어 긴장감과 공포를 형성한다. 예시로 토슈즈로 계속 톡톡거리는 소리, 열차가 서로 지나갈 때 슉-슉- 하고 들리는 소리. 바닥이 꾹 눌려 삐거덕거리는 소리, 손톱을 자르는 소리들이 여러 번 크게 들리며 관객이 신경 쓰이게 한다.